2020. 6. 6. 20:30ㆍ온갖게임 잡소리
오늘은 철권7에 대해 떠들어 볼겁니다.
여러분은 어떤 게임이 재미있고 어떤 게임이 재미 없나요.
이 이야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어마무지하게 많지만, 일단 사람은 해낼 수 있는 것에 재미를 느낍니다.
이게 무슨소리냐 하면, 갑자기 뜬금없이 100장의 숫자카드를 1초만 보여준 다음, 100장을 전부 맞추라고 하면 재미 없다는 소리죠. 다크소울3를 100배속으로 플레이하라고 해도 재미 없을 겁니다.
사람은 다들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반응속도와 암기력, 계산력에 한계가 있고. 그러한 한계 속의 잘 짜여진 규칙에서 재미를 느낀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철권7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수많은 격투게임들은 꽤나 이질적인 게임입니다.
말하자면 격투게임의 재미는 힘들게 익힌 기술로 다른 상대를 이기면서 오는 쾌감이라고 생각해요. 격투게임은 손쉽게 마스터 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닙니다. 조금이라도 더 쉬운 게임을 만들려고 하는 현 게임시장에서도 굉장히 독특하게도 지극히 어렵고 다가서기 힘든 방식의 규칙을 유저에게 내놓고 있죠.
이해가 잘 안가신다고요?
그럼 철권에서 상대를 이기기 위해 익혀야 하는 기술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죠.
1. 딜레이캐치.
이건 마치 카드게임의 '카드를 외워야 이길 수 있다.'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철권에는 족히 수천가지의 기술이 있고 그 기술들은 전부 각각 다른 딜레이, 다른 판정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그중 몇몇은 딜레이가 너무 커서 상대방이 빠른 기술을 입력하면 그대로 맞아줘야할 정도의 딜레이를 가진 경우도 있죠. 철권에서 상대 공격의 딜레이를 알고 그것에 맞춰 가장 효율적인 공격으로 딜레이캐치를 하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이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이 딜레이캐치는 본질적으로 카드게임의 '외워야 이긴다.'와는 숙련도 면에서 차원을 달리합니다. 가령 당신이 리리라는 캐릭터의 에델바이스 라는 기술이 커다란 딜레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막으면 당신의 강력한 기상어퍼 기술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철권에서 그걸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적어도 수십번, 재능이 없다면 수백번은 연습해야 손에 익게되죠. 반복 하고 또 반복하여 그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정확히 캐치할 수 있는지 감을 잡는다고 하면, 이번엔 그 기술과 비슷한 형상으로 쏘아지는 다른 기술이 전혀 다른 딜레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부딪히게 됩니다. 무의식적으로 하단을 막으면 기상어퍼를 남발하게 된 초보자는 이번엔 기상어퍼를 맞지 않는 견제하단을 막고서도 기상어퍼를 날리게 됩니다. 그리고 기상어퍼는 딜레이가 꽤 크죠.
철권의 모든 암기는, 단순히 머리로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손이 반사적으로 그 암기 내용을 실행하게 될 만큼의 연습을 요구합니다. 상당히 끔찍한 일이네요.
2. 판정
딜레이캐치보다도 더더욱 복잡한 판정암기입니다. 상단은 숙이면 피할 수 있고, 하단은 점프하면 피할 수 있고, 왼손 기술은 시계방향으로 돌면 피할 수 있고, 오른손 기술은 반시계방향으로 돌면 피할 수 있죠. 이걸 알고 그에 맞게 회피해서 공격하면 엄청 좋겠죠? 힘내세요. 이건 딜레이캐치보다 수배는 더 어렵습니다.
3. 콤보
차라리 콤보는 쉬운편입니다. 싱글모드나 트레이닝모드로 가서 아무생각없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콤보가 될 때 까지 반복하면 되거든요. 그래서 철권을 추천하는 사람들은 초보자들에게 콤보부터 연습하라고 하죠.
4. 저스트
몇몇 기술들은 정확한 프레임으로 입력해야만 발동되는 기술들이 있습니다. 혹은 아주 정확한 커맨드를 요구하는 기술들도 있지요. 이러한 기술들 초보자는 아예 발동조차 할 수 없다는 괴랄한 상황을 펼쳐냅니다. 이 기술을 쓰려고 헀는데 다른 기술이 나갔다? 그걸로 게임에서 질수도 있죠.
이렇게 어렵기 짝이없고, 말도 안되는 연습시간을 요구하는 이 게임.... 그런데 왜 철권은 시리즈가 발매 될 떄마다 꾸준히 인기있고, 줄어들지 않는 유저층을 확보하고 있을 까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 이유는 '사람이 많다' 라고 생각합니다.
철권은 오래된 게임이에요. 문방구나 슈퍼 앞에 오락기가 한두대씩 있었을 시절부터 철권은 수많은 사람들이 했을 겁니다. 그런 네이밍벨류가 어려운 게임이더라도, 못하는 사람끼리, 혹은 다른 누군가와 어울리기 위하여 연습하는 단계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주게 되는 거죠. 그렇게 철권에 유입된 사람들은 자신보다 조금 더 못하는 사람에게 게임을 추천합니다.
요즘은 유튜브 같은 것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유입될 거에요. 정말 게임에 재능없어보이는 여성 스트리머가, 초반에는 처참히 털리다가도 몇달정도 하고서 상당히 높은 등급에서 꽤나 괜찮은 콤보로 상대를 쓰러뜨리는 걸 보면. "어? 내가 설마 저거보다 못할까?" 라는 생각에 게임을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곤 하죠.
물론 이러한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저 단순히 게임이 어렵고, 오래되기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철권은 지극히 논리적이고 지극히 계산적인 게임이에요.
위에 말한 요소들이 하나하나 의미없어지지 않기 위해서 병적으로 조율된 게임이죠. 벨런스가 조금이라도 안맞는 캐릭터가 나오면 유저들의 미친듯한 항의가 튀어나오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철권은 시대에 맞지 않게 어려운 게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잘만든 게임이다 라고 말할게요. 피지컬에 자신있다면 한번쯤 파볼만한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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