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27. 11:40ㆍ온갖게임 잡소리
오늘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높게 평가하는 한국산 게임인 마비노기 영웅전에 대해서 떠들어 볼 겁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망영전 소리를 듣고 있고, 코어팬들은 마비노기 연어전 이라고 불리는 마비노기 영웅전ㅡ 줄여서 마영전에 대해 떠들어 보죠.
적어도 제 눈에는 수준급의 그래픽으로 보이는 마영전은 사실 서비스를 시작한지 10년이 되는 게임이죠. 그리고 그때와 지금의 마영전은 사실 게임성 면에서 정말로 커다란 변화를 겪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저는 옛날의 마영전이 더 좋았어요. ㅎㅎ
그럼 하나하나 뜯어서 이야기해보죠.
옛날의 마영전은, 놀랍게도 온라인 게임 주제에 거의 콘솔과 비슷한 방식의 게임성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소리냐 하면, 게임을 하는 내내 시련을 겪어야하고, 머리를 써야하고, 한판한판을 진행함에 따라 희열이 느껴지는 구조였죠. 말 그대로 한국형 몬스터헌터 였으며, 마우스+키보드조작/ 온리키보드조작 등을 지원하여 마우스 혐오자인 제 입장에선 정말 놀라울 정도로 반가운 게임이었습니다.
잘 감이 안오는 분들을 위해서 에시를 들어볼까요.
그 시절 처음으로 만나는 보스 다운 보스 놀 치프틴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평범하게 키워온 유저가 해야하는 일이 뭔지 아십니까?
보조무기인 창 투척으로 다리를 노려서 무뤂을 꿇게 만들고, 보스가 휘두르는 망치가 주변의 돌기둥을 치게 만들어서 무너지는 돌더미에 보스를 깔리게 유도해야하며, 그렇게 생긴 돌무더미중에 적당히 무거운 크기의 돌덩이를 들어올려 보스에게 던져서 또다시 그로기를 유도해야했죠. 보스의 패턴은 크고 묵직해서 집중하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지만, 2대에서 3대만 제대로 맞아도 순식간에 황천에 갈 정도로 강력했습니다. 그 와중에 제가 했던 캐릭터인 마법사 이비는 강력한 기술들이 굉장히 긴 시전시간을 요구했기 때문에 그 타이밍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 수도없이 그로기를 노려야했습니다.
그렇게 죽을동 살동 보스를 클리어 하고 나면 엄청나게 뿌듯해졌고, 그 보스를 쓰러뜨려서 획득한 재료들로 장비 세트를 맞추면 기분이 절로 좋아졌죠.
그 다음에 만나는 강적은 설원 지대의 북극곰이었습니다.
이 녀석을 쓰러 뜨리려고 5번 정도 재도전 했던 기억이 나네요. 퀘스트에선 파티권장이라고 쓰여있었지만, 저는 솔플에 오기가 있었거든요. 맵에 배치된 함정을 최대한 활용하고, 패턴이 튀어나오기 전, 저 곰탱이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유심히 지켜보고, 약점인 눈에 정확하게 창을 꽂아넣어 그로기를 노리는 등 심혈을 기울여야 쓰러뜨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재료로 만들어지는 장비.......
옛날의 마영전은, 진짜 어려운 게임이었습니다. 정말로 콘솔같은 게임이었죠. 추억 미화일지도 모르겠지만, 당시의 몬헌시리즈(월드 말고요. 그때는 월드가 없었으니)와 비교해도 큰 손색 없었다고 생각해요. 거래소 개념은 지나치게 많은 노가다를 비교적 줄여주었고, 진짜로 안나오는 특정 부위를 먹기 위해 수십번을 클리어해야하는 끔찍한 사태를 막아줬으니까요. 거기에 몬헌보다 훨씬 더 판타지다운 스킬세팅과 몬스터 컨셉은 제 입장에선 충분히 매력적이었어요.
게다가 스토리도 충분히 몰입력 있었습니다. 개성 넘치는 일러스트는 그런 몰입을 도왔죠. 어두운 분위기는 끔찍한 보스들을 강조해줬고 그곳에서 캐릭성 강한 캐릭터들과의 상호작용은 소소한 웃음도 줬죠.
추억미화가 과하군요 ㅎㅎ
그런 마영전은 출시 이후 쇠퇴의 길을걸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유저가 원한것이 그런게 아니었거든요. 그렇게 어렵고, 복잡하고, 머리써야하고, 천천히 성장해나가면서, 개발자가 숨겨둔 재미요소를 하나하나 찾아가며 희열을 느끼는걸....... 한국 온라인 게임시장은 바라지 않았던 겁니다.
컨트롤의 벽에 막혀서 진행이 안되면 게임을 접었고.
적을 쓰러뜨리는 법을 알기 위해서 죽음을 경험하는 것 자체를 용납하지 못했습니다.
마영전은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지금의 마영전은 평범한 mmorpg의 요소를 많이 채용했습니다.
보스는 체력만 늘어나고 공격력은 솜방망이가 되서, 적절한 방어구만 갖추고 있으면 적당히 맞으면서 싸워도 무난하게 클리어가 됩니다. (물론 아직 액션 알피지 입니다. 타 게임보다는 회피가 요구되는 건 사실이지만 한방에 반피가 까이던 엣날의 위용은 아니다 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주세요.)
함정과 바위 등의 그로기 기믹은 아예 사용 안하는 쪽이 효율적입니다. 열심히 데미지만 우겨 넣으면 되죠.
컨트롤 보다는 더 강한 무기와 더 강한 장비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다음 보스를 쓰러뜨리기 위해서 필요한건 그 보스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그 보스를 쓰러뜨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장비가 됬죠.
네, 그런식입니다.
평범한 알피지처럼 진행하게 한 마영전은 쉬운 레벨업과, 상당한 퀄리티의 룩덕질, 지속적으로 나오는 매력적인 신규캐릭터 등을 무기로 그럭저럭 괜찮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괜히 마비노기 연어전이라고 불리는게 아니죠. 신캐가 나오면 왠지 한번 해보고 싶은 그런 매력은 분명 남아있거든요. 이런 면은 또 메이플이 생각나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과거의 마영전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당시 제가 학생이라서(심지어 고딩) 후반부까지 진행하진 못했지만, 그 이후의 컨텐츠도 분명 재미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3번째 지역의 뱀파이어들도, 4번째 지역에서 다시금 밝혀지는 놀들의 파벌싸움도 분명 매력적이었겠죠. 그 지역에서 얻은 재료로 만들수 있는 브로큰애쉬/로즈드롭/서던윈터 세트도 엄청 매력적이니까요.
저는 저 북극곰을 잡고, 3지역의 벰파이어들과 사투를 벌이며, 강적도 아닌 중간보스격이었던 어떤 벰파이어.....(이름이 더 플리커였던가...)한테 5연속으로 끔살을 당했을 즈음에, 슬슬 공부에 집중하라는 어무니와 아부지의 훈계를 듣고 눈물을 흘리며 컴터를 봉인 당했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대학에 가선 다른 게임을 시작했죠. 나중에 문득 기억이 나서 마영전을 다시 켰을때, 한국판 몬헌은 없어지고, 평범한 액션알피지가 저를 맞이했을 때는 상당히 절망스러웠지만, 60레벨 이후의 메인스토리 1차 엔딩을 비교적 짧은 시간에 클리어하고 그걸 다 봤을 때 즈음엔, 쉬운 난이도와 빠른 진행의 장점도 충분히 체감할 수 있었어요.
어느쪽이 더 좋다고는 말할수 있지만, 어느쪽이 더 옳은지는 모르겠네요.
오늘은 여기까지하겠습니다. 다들 좋은 주말 되세요
'온갖게임 잡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직 더 게더링 아레나 (1) (0) | 2020.07.01 |
---|---|
단간론파 (0) | 2020.06.29 |
전장의 발큐리아 (1) | 2020.06.25 |
A3 ~ 스틸 얼라이브 (0) | 2020.06.22 |
파이널 판타지 13-3 (0) | 2020.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