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게임 잡소리

라스트 오리진(2)

샨화칼륨 2020. 7. 21. 11:45

오늘도 저번에 이어서 라스트오리진입니다.

 

라스트오리진의 전투는 기본적으로 3x3 의 아군타일과 3x3의 적군 타일을 필드로 삼아서

미리 배치되어 변하지 않는 적 정보를 기반으로 그것을 효율적으로 이겨낼 수 있는 병력구성을 짜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이때 아군 병력은 최대 5기 까지 배치할 수 있으며, 각 아군 병력은 2개의 액티브 스킬과 3개의 패시브 스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투는 행동력기반 턴제로서, 먼저 턴 시작시에 각 병력의 행동을 지정해두면 (1스킬, 2스킬, 이동, 대기의 4가지 행동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됩니다.)  이후 적의 행동력과 아군의 행동력을 계산해서 행동력이 높은 순서대로 모든 병력이 스킬을 주고 받게 됩니다. 이 부분은 이해 하기가 좀 힘든데, 포켓몬스터를 해보셨으면 그나마 좀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포켓몬스터에서도 먼저 어떤 스킬을 쓸 지 정한다음, 스킬의 속도보정과 포켓몬의 속도스텟에 따라서 어느쪽이 먼저 때릴지 결정되죠? 마찬 가지입니다. 다만 그 결과로 최대 14기의 유닛의 순서가 결정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행동을 선택하는 단계에서 미리 어떤 유닛이 먼저 행동하는지 순번이 하단에 표시된다는 점이군요. 다만 이 순번은 진행 도중 행동력에 영향을 주는 스킬이 작용할 경우 그 순서가 달라지기도 하니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 행동력 시스템이 라스트오리진의 가장 중심이 되는 전투 시스템이지만, 이 외에도 반격이나 지원등의 보조공격과, 각종 버프와 디버프, 패시브들과 장비의 각종 시너지 등으로 라오진의 전투는 목표로하고 있는 라이트한 수집형 게임 치고는 상당히 복잡한 양상을 지닙니다.

 

그나마 저런 복잡한 전투 구조가 용납되는 이유는 이 게임의 타겟이 '오타쿠'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만약에 바쁜 직장인이 타겟이었다면,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복잡하고 어려운 게임 구조지만, 어여쁜 캐릭터들을 감상하고 그 게임에 시간을 들이는 것에 비교적 관대한 타겟층은 어려운 스테이지를 이런 캐릭터, 저런캐릭터를 짜 맞춰가며 도전해가는 것에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죠.

 

다만 문제점은 저런 구조에서 나오는 수많은 버그들에 있습니다. 일관적이지 못한 처리가 많다보니까 그만큼 버그가 잔뜩 생겨나는데...... 뭐 문제가 터질 때마다 사과의 보상이랍시고 자원을 퍼주다보니까 일종의 밈처럼 자리잡아서 의외로 욕을 안먹게 되버렸군요.

 

 

저런 복잡한 전투와 (1)편에서 말했던 쉽고 느긋한 난이도에서 뭔가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보통 저런 전투시스템을 채용했다면, 심혈을 기울여서 클리어해야하는 고난이도의 스테이지들을 정복하는 것에 게임의 목표를 두기 마련인데, 라오진에서는 절대로 그런 고난이도 스테이지를 유저에게 강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모든것을 다 모으지 않았더라도 적당히 부대를 육성했다면, 최신 컨텐츠도 무리없이 클리어 할 수 있는 수준을 유지하죠. 그렇다면 사람들은 그다지 성장을 필수로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겠군요.

 

그런 부분에서 라스트오리진이 유저에게 성장을 강요하게 만드는 게임 안의 자연스러운 컨텐츠가 하나 존재합니다.

 

바로 오토 파밍이죠.

 

 

라스트오리진에서, 손으로 컨트롤 하여 클리어하는 행위는 지극히 난이도가 낮습니다. 하지만 자동 사냥으로 두고 폰을 절전모드로 둔 다음 한숨 푹 자고 일어나서도, 그 자동 사냥이 계속 되게 하려면?

 

엄청나게 운이 안좋아서, 적이 방어 버프를 중첩해둔 적에게만 일점사를 하고, 적은 아군의 메인딜러만 쏙쏙골라 저격하고 그와중에 적은 크리티컬이란 크리티컬은 전부 터지면서, 아군의 공격은 간혹 빗나가기 까지 하는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조차, 단 하나의 병력의 사망 없이 그 스테이지를 클리어 할 수 있는 부대를 갖춰야 합니다.

 

이걸 가능하게 하는 것은 손으로 조작해서 클리어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난이도를 자랑하죠.

 

게다가 더 고인물이라면? 5명 전원 출격한 파티가 아니라, 필수적인 요원만 출격해서 최대한 적은 출격 코스트로 클리어 할 수 있는 구성을 갖추기 위해서 또다시 전략을 가다듬습니다.

 

이런 식의 자동을 위한 전략 구성은 꽤나 여러가지 모바일 srpg를 즐겼어도 라오진 만의 특이한 재미였어요.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단점 때문에 저는 라오진을 접게 되었죠.

 

바로 휴대폰 발열입니다.

 

라오진은 기본적으로, 자동으로 사냥할 수 있는 파티를 구성해서, 하루 종일 자동을 돌려야 보상을 획득할 수 있는 구성입니다. 물론 라이트하게 하더라도 아무런 패널티도 없지만, 한국인이라는게 그렇게 되지가 않더군요. 무과금으로 최전선을 유지하면서 도감 100%를 향해 달리다보니 정말로 하루 24시간 조금의 로스도 빼먹지 않고 자동을 미친듯이 돌리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휴대폰도 지속되는 발열에 조금씩 맛이 가는 거 같았고, 어느정도 이 짓거리를 계속 하다보니 회의감이 몰려오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이럴거면 차라리 다른 방치형 게임을 하겠다 싶어서 접게 되었고, 그게 제 마지막 라스트 오리진이었군요.

 

충분히 재미있었지만, 폰의 수명에 해로워서 결국 그만 둔 게임, 라스트오리진이었습니다.